오늘 아닌 어느날 이야기

남편의 트림 두 번에 멈춘 나의 인내심,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까?

The Cozy Corner of Life 2025. 3. 1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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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오늘 하루는 그냥 평범하게 지나가는 듯 했다.
세탁기를 세 번이나 돌리고, 아이들 옷 정리도 하다 보니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봄 환절기라 날씨 변화가 큰 요즘 같은 날씨에 큰애는 감기 기운이 있어서 종일 코를 훌쩍이고 있었고, 둘째는 어찌나 말을 많이 하는지… 잠깐만 조용히 해달라고 하고 싶은 순간이 수십 번은 있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밥은 또 먹여야 하니까, 냉장고에 남은 재료로 간단하게 김치우동을 끓이고, 삼각김밥을 12개 만들어서 저녁을 준비하며 그렇게 일요일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참치삼각김밥, 스팸삼각김밥을 간단히 빠르게 만든 후 김치우동을 끓여서 다같이 앉아서 일요일 저녁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이 정도면 나름 괜찮지, 싶었다. 나 자신에게 "오늘도 고생했어" 하고 속으로 말하면서.

그렇게 식탁에 앉아 남편이 배가 고팠는지 밥을 빠르게 먹기 시작하더니 먼저 먹고 일너났다. 나와 아이들은 아직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남편은 식사를 빨리 먹는 편이라 이런 경우가 많다. 좀 천천히 음식을 즐기면서 먹고 대화도 좀 하면 좋으련만 그건 오랜기간 얘기를 해도 참 바뀌지 않는 것 중의 하나다. 남편이 일어서는 순간 “꺼억.” 소리가 아주 컸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트름? 그냥 한 번이겠지… 하고 넘기려는 찰나, 몇 분 뒤 또다시 이번에는 식탁은 아니었다. 식탁 가까이에 있는 쇼파에 앉아서 "꺼어억." 이번엔 솔직히 좀 화가 났다.
아이들도 같이 있는데, 그 소리도 크고, 아무렇지 않게 식사하던 모습까지 겹쳐지니 기분이 묘하게 상했다. 내가 정성 들여 차린 밥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애쓰고 지친 몸으로 만든 저녁인데.그리고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 난 예의 있는것을 좋아한다. 둘째 아이가 요즘 예의에 관해 나에게 자주 지적을 받는다. 아이가 그 모습을 보고 따라하는게 나는 참 싫다.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론 백 번쯤 외쳤다.
‘왜 꼭 식사 시간에 저래야 해?’
‘예의 좀 지켜주면 안 되나?’
‘나도 좀 존중받고 싶다…’ '아이가 그대로 배운다고....'

남편은 아마 아무 생각 없었을 거다. 평소에도 무심한 편이니까.
하지만 나에겐 그 작은 행동이, 오늘 하루의 피로를 더 짙게 만드는 결정타처럼 느껴졌다.

결혼하고 아이 키우며 살다 보니, 말 못 하고 넘기는 순간들이 참 많다.
그냥 내가 참고 넘기면 조용하니까. 괜히 이야기 꺼내서 분위기 흐리느니, 참자 참자 하면서 오늘도 넘기려 했지만....

하지만 나도 사람이다. 기분 나쁜 건 나쁜 거다.
그리고 아이들이 식사를 마치고 2층 방으로 올라갔을때 쇼파에 앉아서 눈을 흘기며 얘기했다.
“애들이 보고 있어. 매너를 좀 지키자. "EXCUSE ME.” 할 수 있잖아.
그 말을 부드럽게, 하지만 단단하게 전해야 했었는데 저녁이라 힘들었는지 짜증 가득하게 말하고 말았다.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데 오늘은 내가 힘들었나 보다.  오늘 밤도 그렇게 하루를 정리한다. 오늘의 하루는 또 어떻게 기억될까?
내일은 조금 더 웃을 수 있기를.
그리고 누군가 내 마음까지 알아주는 하루가 되길 기대해 본다. 

그래도 오늘도 나의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였기도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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